점심을 앞두고 이런 대화가 오간다고 해보자.
“오늘 뭐 먹을까요?”
사실 오늘은 혼자 먹고 싶었다. 아침 내내 회의했고, 밥 먹을 때만큼은 아무 말도 안 하고 싶다. 그런데 벌써 다들 외투를 챙긴다. 지금 말하면 갑자기 빠지는 것 같아서 그냥 따라간다.
식당에 가서는 메뉴를 맞춘다. 주문을 하고 나니 오전 회의 이야기가 다시 나온다. 고개를 끄덕이다가 국을 한 숟갈 뜬다. 회사 밖으로 나왔는데 아까 하던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다.
같이 밥 먹는 사람이 싫으냐고 물으면 그것도 아니다. 괜찮은 동료들이다. 내일은 함께 먹고 싶을 수도 있다. 오늘 점심만 조용히 보내고 싶었을 뿐인데, 그 말을 하기가 어렵다.
매일 같이 먹었으니, 빠지는 데 이유가 필요해진다
처음부터 각자 먹는 회사라면 별일 아닐 수 있다. 어려운 건 매일 같은 사람들과 먹다가 혼자 나가려 할 때다.
“무슨 일 있어요?” “누구 만나러 가요?”
그냥 궁금해서 묻는 말일 텐데 대답을 준비하게 된다. 혼자 먹겠다고 하면 기분이 안 좋은 줄 알까. 볼일이 있다고 하면 편하지만, 다음에도 핑계를 찾아야 한다. 괜히 혼자 밥 먹는 일이 커진다.
자꾸 이유를 만들다 보면 사실보다 거창해진다. 병원에 가는 것도 아니고 중요한 약속이 있는 것도 아니다. 밥을 빨리 먹고 걷고 싶거나, 천천히 먹고 싶거나, 먹는 동안 말을 쉬고 싶다. 그 정도가 전부일 때도 있다.
나가기 전에 짧게 말하는 편이 덜 어색하다
엘리베이터 앞에서 따로 가겠다고 하기보다, 다들 메뉴를 정하기 전에 말하면 서로 덜 머쓱할 것 같다.
“저 오늘은 혼자 먹고 좀 걷다 올게요. 맛있게 드세요.”
산책할 생각이 없다면 굳이 붙일 필요도 없다. “오늘은 혼자 먹으려고요”에서 끝내면 된다. 왜냐고 물으면 “오전에 말을 많이 해서 좀 조용히 있고 싶네요” 정도로 내 쪽 사정을 말할 수 있다.
여기서 “같이 먹으면 회사 얘기만 하잖아요”까지 가면 듣는 사람도 할 말이 생긴다. 오늘 점심을 따로 먹으려던 대화가 평소 식사 분위기에 대한 불만으로 바뀔 수 있다.
처음 몇 번은 “오늘도 혼밥이에요?”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. “네, 오늘은요” 하고 인사한 뒤 나가면 된다. 상대가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면 나도 설명을 더 보탤 이유가 없다.
같이 먹자는 쪽도 서운할 수 있다
밥 먹자고 부른 사람은 혼자 남을까 봐 챙겼을 수도 있다. 내가 입사했을 때 먼저 데려가준 동료라면 더 그렇다. 내가 조용히 쉬고 싶었다는 사정은 아직 모를 수 있다.
그래서 아예 말없이 사라지기보다 인사는 하고 나가는 쪽이 좋겠다. 다음에 정말 같이 먹고 싶은 날에는 내가 먼저 “오늘 같이 드실래요?” 하고 물어볼 수도 있다.
물론 점심에 새 동료를 알아가거나 편하게 얘기할 기회도 있다. 입사한 지 얼마 안 됐다면 함께 먹으며 편해지는 사이도 생길 것이다. 그런 시간을 좋아하는 사람까지 억지로 각자 먹을 필요는 없다.
다만 부르는 쪽이라면 “오늘 같이 먹을래요?”라고 한 번 묻고 답을 기다려주면 좋겠다. “혼자 먹으면 외롭잖아” 하며 다시 권하기보다. 혼자 먹고 싶다는 대답도 예상한 질문이면 받는 사람도 덜 난처하다.
점심 한 끼로 동료 사이를 판단하기는 어렵다
혼자 먹으면 업무에서 소외될까 걱정될 수도 있다. 밥 먹는 자리에서만 중요한 결정이 오가거나, 빠졌다는 이유로 핀잔을 주는 팀이라면 단순히 “당당하게 나가세요”로 끝낼 일은 아니다.
그런 상황에서는 빠진 업무 내용부터 챙겨야 한다. “그 일정이 바뀐 건 몰랐어요. 팀 채팅에도 남겨주실 수 있을까요?”처럼 필요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요청하는 편이 낫겠다. 함께 먹는 횟수를 늘리는 것만으로 해결할 문제인지도 생각해볼 일이다.
그 정도 상황이 아니라면, 동료와 잘 지내는 방법은 점심 말고도 있다. 아침에 인사하고, 업무 질문에 답하고, 도움이 필요할 때 함께 살펴보는 일들이다. 밥은 같이 먹지만 일할 때 무심한 사람도 있고, 점심은 따로 먹어도 일은 편하게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.
혼자 먹고 돌아와서 동료와 마주치면 “맛있게 드셨어요?” 하고 말을 건넨다. 점심은 따로 먹었고, 오후에는 다시 같이 일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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